이탈리아 맘모네들을 위하여

(맘모네(mammone)는 마마보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로, 이탈리아 남자들의 자유분방하고 자신감 넘치는 바람둥이 기질에 대해서 엄마의 지나친 사랑을 받으면서 응석받이로 자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사용한 단어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란 매력적인 제목의 책은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1년 동안 과감하게 저질러버린 여행이야기를 쓴 책이다.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후의 결혼 생활과 그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이혼문제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병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그녀는 세 나라를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 가지의 놀라운 경험을(남들은 하나도 하기 힘든) 한다.

첫 번째로 선택한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온전하게 감각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그녀의 지쳐버린 몸을 치유해 나가며, 이어서 찾아간 나라 인도에서는 요가 수행을 통해 금욕적인 생활과 기도로 신을 접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한다. 그리고 마지막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선 치유된 몸과 마음으로 이상적이고 완벽한 사랑을(지나친 섹스로 방광염에 걸리기도 하면서) 경험한다.

항상 어디론가로의 여행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참으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작가는 하고 있는데, 그러나 작가처럼 세 나라로의 여행을 한꺼번에 경험하기에는 여러모로 여의치 않는, 그리고 지나치게 감각적인 것들만을 추구하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에 조금씩의(혹은 많은) 병을 지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기도하고’의 인도로의 여행이 가장 맞춤 한 여행 처방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아니 내 머리도 그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몸이 그리고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은 ‘먹고’의 이탈리아 편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관심 있어하는 향도 감각이고 맛도 또한 감각이니 이 어찌 찰떡궁합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혹시 알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먹다 향수에 대한 번뜩이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라는 궁색한 변명을 생각해 내면서 말이다.

그러나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리고 마음껏 널브러져 있기. 이 얼마나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인가 말이다. 게다가 작가처럼 여성들이라면 그런 생활을 즐기기에 이탈리아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왜냐고?

30년 동안 패션컨설턴트로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 장명숙은(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명예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자신의 저서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에서 이렇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가볍게 말하자면, 동양 여자가 제일 우대받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나도 20-30대 때는 참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다. 번화한 거리를 걷다 보면 한쪽 팔로는 애인의 허리를 감싸 안고 가면서 마주 오는 여자에게 윙크를 해대는 뻔뻔한 남자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었다. 지나가는 여자가 마음에 들면 아예 목을 길게 빼고 뒤를 돌아보느라 바쁘다. ‘저의 유혹을 받아주시겠어요?’하는 눈빛으로, 게다가 그 짧은 순간에 얼굴에서 다리까지 꼭 두 번 반을 훑어 본다.’

 

물론 엘리자베스 길버트도 이탈리아 남자들에 대해서 언급해 놓았다. 조금 다른 시각이긴 하지만,

이렇게. ‘당장이라도 침대로 데려가고 싶은 이탈리아 남자들을 하루에 대충 열댓 명 정도는 마주친다. 내 취향으로 볼 때 로마 남자들은 터무니 없이, 가슴 아프게, 어리석을 정도로 아름답다. 솔직히 말해서 로마 여자들보다도 더 아름답다. 프랑스 여자들이 아름다운 것처럼 이탈리아 남자들도 아름답다. 양쪽 모두 완벽한 미를 위해 모든 세세함이 다 동원된 경우다.’

섬세한 눈을 지닌 전문가들의 경험담이고 하니 수긍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그렇지 정말 그렇게 아름다울까? 라는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순간 거기에 해답이라도 던져주듯, 향수에 대한 영감은 음식이 아니라 이탈리아 남자들로부터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힌트라도 주려는 듯 내 머릿속에는 두 명의 인물들이(물론 잘생긴) 떠올랐다. 한 명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면 볼 수 있는 다비드상이다.

피렌체의 다비드상은 두 개가 있다. 도나텔로가 1430년에(1430-1432) 청동으로 만든 다비드상과 미켈란젤로가 1501년(1501-1504) 대리석으로 만든 다비드상이다.

도나텔로(1386?-1466)의 다비드상은 처음으로 일반사람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실제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조각의 틀을 뜬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완벽한 소년의 모습과 크기를 하고 있다.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전설 속의 영웅 다비드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려하고 우아한 선을 지닌 몸매를 하고 있어 여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전투를 막 끝낸 전사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여인에게 은근한 추파를 던지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오히려 육감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동시대의 사람들은 젊은 남자의 몸을 이토록 육감적으로 만들어낸 것에 대해 도나텔로가 동성애자인 사실과 연관시켜서 비난하기까지 했었다고 한다.

도나텔로는 1386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인물로 로마에서 금세공사로 일을 하다가 고향인 피렌체로 다시 돌아와 조각가로 활동했었다. 다비드상을 만든 이후로 비로소 천재성을 인정받으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지만 유명해진 이후로도 항상 허름한 옷을 입고 다녔으며 돈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화실 천장에 바구니를 매달아 놓고 돈을 그곳에 넣어 관리했으며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마음대로 돈을 가져가도록 했었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에 비하면 미켈란 젤로의 다비드상은 훨씬 남성적이다. 도나텔로의 다비드가 청소년이라면 미켈란 젤로의 다비드는 청년이 된 셈이다. 크기도 4미터가 넘어 훨씬 더 크거니와 ‘이게 이탈리아 남자’라고 외치는 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도 당당하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는 투지가 넘쳐 흐르고 유독 눈에 띄는 커다란 두 손과 팔은 운동으로 다져진 듯 핏줄과 근육이 선명하게 두드러져있어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 보인다. 게다가 아름다운 곱슬머리에 완벽하게 균형 잡힌 몸매, 뚜렷한 이목구비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벌거벗은 남자’라는 별명을 가지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미켈란 젤로(1475-1564)는 도나텔로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예술가로 조각(조각은 도나텔로의 제자로부터 배웠다고 한다)뿐만 아니라, 건축, 회화, 시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인물로 당대에 벌써 신처럼 떠받들어졌던 인물이었다.

 

선배 조각가인 두치오가 쓰다가 버린 대리석을 가져다 다비드상을 조각했다고 하는데, 당시 피렌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페루지노에게(모두 쟁쟁한 명성을 날리던 예술가들이다) 완성되지도 않은 다비드상을 놓을 장소를 물색하라는 임무를 맡겼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두 다비드상은 그 모습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면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이탈리아 남자들에 대해서 얘기한 것처럼 ‘터무니 없이, 가슴아프게, 어리석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두 명의 인물 중 또 한 명에 대해서 얘기할 차례다. 그는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리차드 기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르마니 슈트를 입은 리차드 기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리차드 기어는 부유층 여자들만을 상대하는 고급 남창으로 나온다. 섹시한 아르마니 슈트를 입고. 이런 생각을 해본다. 리차드 기어가 아르마니가 아닌 다른 슈트를 입었었다면, 가령 폴 스미스(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국 남성 패션디자이너로 그의 브랜드도 남성용 의류로 유명하다) 슈트를 입었다면 리차드 기어에게 그토록 섹시하고 매력적인 아우라를 만들어 줄 수 있었을까?

1975년 자신의 폴크스바겐을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시작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브랜드는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 영화 의상을 협찬하면서 비로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1934년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피아첸자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선 패션과는 거리가 먼 의학을 2년 동안 공부했다. 의학을 중도에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공부를 마칠 충분한 돈이 없었다고 얘기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대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본능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군복무를 마친 후에 1957년 밀라노에 있는 리나센테 백화점에서 쇼윈도 장식 담당으로 일을 시작한 후에 구매부서로 자리를 옮겼다(옮긴 이유에 대해서 상관이 보기에 그의 전시 스타일이 지나치게 파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1964년에는 세루티(Cerruti)에 입사해 디자이너로서의(히트맨(Hitman)이란 이름의 남성용 의류 라인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 본격적인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1975년 자신의 동업자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아르마니 브랜드를 설립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여성의류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아르마니는 남성의류 컬렉션으로 데뷔를 하고 큰 성공을 거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단순함이다. 디자인이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필요 없는 것을 모두 제거하는 게 바로 디자인이다. 단순함이야 말로 우리의 삶과 삶의 방식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고 또 진전 시킬 수 있다.’

그의 얘기처럼 아르마니 슈트의 미학이라고 한다면 순수주의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하고 절제된 룩으로서 최대한 불필요하다 싶은 장식들을 제거한다. 그렇게 장식을 줄여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입는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색도 요란하지 않는 중성적인 색을 사용했다. 회색이나 흰색, 베이지 색 등을 즐겨 사용하기 때문에 그를 일컬어 뉴트럴 컬러(중간색)의 제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르마니는 어떻게 만들면 슈트가 섹시해 질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들 얘기한다. 아르마니는 사람의 몸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고 말한다. 그 곡선을 살리기 위해 뻣뻣한 안감 없이 재킷을 만들어 재킷이 몸의 선을 따라 부드럽게, 그리고 우아하고 섹시하게 감기도록 만들었다.

앞에서 이탈리아 남성들의 전형적인 모델인 것처럼 다비드상을 언급했었다.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뭔가 현대적인 섹시함이 부족한 듯 보이지 않는가? 지나가는 여인들에게 거리낌 없이 휘파람을 불며 추파를 던지는 그런 섹시함.

만약 이 다비드 상에 아르마니 슈트를 입혀 놓을 수만 있다면 바람기 다분한 이탈리아 남성의 완벽한 모델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다비드상 중에서도 근육질의 미켈란 젤로 다비드상 보다는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이 아르마니 슈트를 좀 더 잘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30여년 만에 엠포리오 아르마니(남성용과 여성용 의류라인)부터 아르마니 돌치(초콜릿)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서브 브랜드들로 포진되어 있는 자신의 패션 제국을 이룩해 냈다. 그리고 당연히 향수들도 그 제국의 한 부분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데, 남성용 슈트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아르마니답게 향수도 남성용 향수가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잘 말해주듯이 2007년 세계 남성용 향수 브랜드 중에서 아르마니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남성용 아르마니 향수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향수가 ‘아르마니 코드(Armani Code)’다. 잘록하게 들어간 아르마니 슈트의 허리선을 연상시키는 곡선을 지닌 단순한 디자인의 병이 인상적인 제품으로 중후한 오리엔탈 계열의 향을 지니고 있다.

이 향수 개발에 참여했던 로레알의 국제 마케팅 담당 메니저인 발레스 산체즈는 ‘이향수의 콘셉트는 오스카 시상식에 덴젤 워싱턴이 입고 나왔던 미드나잇 블루 아르마니 턱시도 였다’고 얘기한다. 향수 이름도 이 턱시도와 연관되는 단어들을 (블랙타이, 드레스 코드) 조합해서 찾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향수 이름이 ‘블랙코드(Black Code)’였었다가 후에 ‘아르마니 코드’로 바뀌었다.

언제 어디서든 여자들에게(동양 여자들에게는 더욱더 투철하게) 기사도 정신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 이탈리아의 맘모네들에게 잘 어울릴 만한 향수라면 모름지기 섹시 가이 리차드 기어를 멋들어지게 휘감았던 아르마니 슈트를 닮은 향수 아르마니 코드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지금 향수를 뿌리셨는지? 그렇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아르마니 코드의 진정한 섹시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치기 어린 허풍처럼 다소 과장된 듯 한 첫 향이 슈트 벗듯 벗겨지고 나면 가죽 향과 담배 향의 강인한 향과, 그리고 지중해의 따가운 햇빛에 잘 그을린 듯한 구릿빛의 매끄러운 구아이악우드(Guaiac wood)와 통카빈의 향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모습은(향기는) 아르마니 슈트와 셔츠를 벗은 리차드 기어의 단단한 등을 훔쳐보는 듯 하다. 그러나, 여자를 유혹하려면 한없이 자상할 때와 매정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향은 절대 나긋나긋하지만은 않다. 화려한 세계의 뒷골목을 서성이는 이탈리아 갱스터 영화의 주인공처럼 거칠어 보이기도(가죽 향과 담배 향) 한다.

진정한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시칠리아 섬을 여행해야 한다고 했던가? 마피아의 고향 시칠리아. 화려하고 웅장한 피렌체와 로마의 모습과는 다른 이탈리아의 또 다른 속살을(다듬어지기 이전의 거친 자연의 모습을 한 곳,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흉물스럽게 건립한 건물들과 과거 그리스 건축물들의 잔재가 공존하는 곳)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 막강한 로마 병사들의 후예이기도 한 이탈리아 남자들이 어디 맘모네들만 있기야 하겠는가?

이렇게 아르마니 코드의 향기는 이탈리아 남자들의 모든 면을 담아내려는 듯 부드럽고 섹시하면서 시칠리아 섬의 사내들처럼 거칠고 당당하다.